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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앗이

기사승인 2020.07.10  15: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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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성 교수(경영학박사)

얼마 전 조그마한 우리 밭에서 감자를 캐야 했다. 그동안 김을 매어 주지 않아 잡초가 무성하였다. 그런데 아내 친구들이 함께 캐자고 와서 도와주어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함께 온 남편은 열심히 땀흘리며 밭을 깨끗이 하여 주었는데, 그가 고구마 심을 때 우연히 들러 고랑에 비닐 치는 것을 도와주면서 옷에 흙을 엉망으로 묻이며 도와준 기억이 있다.

품앗이라는 것이있다. 두레라는 것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기도 한데, 일손이 필요할 때 빌려주고, 일손이 필요로 할 때 도움을 돌려받는 그런 형태의 노동 교환을 의미한다. 그러나 단순히 일 손을 빌려주고 빌려 받는 그런 간단한 교환이 아니라 힘든 농사일이나 집을 짓거나 할 때, 혹은 장례 등 어려울 때 함께 돕고 함께 어울리는 마을 공동체의 어울림이었던 것이다.

두레는 규모가 큰 일, 즉 고을 전체가 제방 등을 수리 하거나 쌓는 경우, 혹은 함께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홍수 등으로 제방이 무너지거나 이재가 발생했을 때 서로 돕는 시스템이었다.

일손의 공유는 마을 사람들 간 끈끈한 연대를 이루게 하였다. 서로의 갈등도 이렇게 봉합되고, 공동생활로 행복한 마을이 되기도 하였다. 특히 품앗이에 가서 일하고 밥을 나누어 먹고 하면서 서로 웃고 떠들고 즐거워하던 기억이 선하다. 모내기에서는 시간이 늦지 않게 모를 내야 하므로 그 힘든 계절에 여럿이서 함께 모를 내고, 농가월령가도 부르고, 막걸리도 마시면서 마을 공동체의 즐거움을 나누었다.

그러나 산업 사회가 되면서 이것은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도시의 삶은 이것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그리고 지금은 4차 산업 사회까지 가는 발전된 사회이다. 그렇지만 인간의 삶은 여러 가지 필요로 한다. 그래서 인력은행이 생기고 그때그때 여러 가지 서비스를 조달하며 살게 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사람들은 깨닫게 되었다. 많은 사람이 방재와 예방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들을 영웅으로 부르면서 이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말이 아니게 어려워졌다. 일자리가 수없이 없어 지고, 장사를 접어야 해서 시골로 돌아 오기도 한다. 어제 만났던 한 친구는 도시에서 소규모 가내 공장을 하다가 접고 옛집으로 돌아왔다고 하고, 어떤 친구는 낮에 할 일 이 없어 시원한 곳을 찾아 왔노라고 하며 현실을 어려워하는 것을 들었다.

그런데, 우리가 다시한번 생각해 보면 무엇인가 새로운 길이 있다. 그것은 집을 수리한다 거나, 주변의 잡초를 뽑는 다는지, 아니면 남이 필요로 하는 노동을 봉사할 기회를 가지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댓가는 상당한 포인트로 쌓았다가 내 포인트로 노동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지불하면 되는 것이다. 흔히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일들을 이렇게 포인트로 적립하게 하여 사용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의 경우 이미 시행되고 있다. 사회 단체의 하나인 타임뱅킹이라는 것이 이것이다.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라는 책에서 미국이 부자인 것은 이러한 봉사의 가치를 화폐로 따지면 미국의 부가 거의 두배가 된다고 역설하였다. 이것이 프로슈머의 개념이라고 설파하였다. 예를 들면 어느분이 넘어지거나 위급한 상황을 맞을 때 누군가가 먼저 달려가 도와 준다. 이때 감사의 표현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포인트를 사용하거나 마이너스 포인트로 하여 갚게 하면 더 좋은 사회가 될 것이 아닌가? 물론 정식 화폐가 필요한 거래가 있다. 그러나 방과 후 아이들을 맡아 주거나, 어른들의 말 벗이 되어 주거나 하면, 이것은 보이지 않는 사회적 부의 증가이다. 이것이 비화폐경제의 증가라고 앨빈 토플러는 말한다.

이제 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인 품앗이를 부활해 보자. 인터넷에 품을 필요로 하는 일을 공지하면 누군가 회원중에서 그 일을 도와 주는 것이다. 회원제여야 할 것이다. 보안과 안전을 위해 신원이 등록되어 안전이 담보 되어야 한다. 주민센터에 회원을 등록하고 휴대폰 등에 연락 받고 봉사를 받거나 제공하면 포인트를 거래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신 개념이 우리 사회에도 필요하다고 본다. 일자리가 많이 없어지고 무언가 어려운 이 사회에서 우리가 활력을 찾는 길을 다시 모색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품앗이가 포인트로 다시 살아나면 좋겠다.

정기성 교수 webmaster@tgh.kr

<저작권자 © 투데이광주하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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